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줄거리
작가 : 이문열 (1987년 발표)
이 소설은 군사독재 시대의 권위주의와 집단 속의 비겁함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서울에서 전학 온 한병태는 지방의 국민학교 5학년 3반에 편입됩니다. 그곳엔 학생들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는 반장 엄석대가 있습니다. 선생님과 부모님 앞에서의 엄석대는 모범생이지만, 아이들을 무자비하게 통제하며 위계질서를 강요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전학온 한 병태는 처음엔 그런 불합리함에 저항하지만 점차 혼자만의 싸움에서 지쳐갑니다. 결국 병태는 석대에게 순응하게 되고, 권력의 그늘 안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얼마 후 부임한 새로운 담임 선생님이 석대의 실체를 드러내며 체제를 무너뜨립니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성인이 된 병태는 이 기억을 떠올리며 그 당시의 자신을 돌아봅니다.
"영웅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에게 무릎을 꿇고 있었는가?"
책 속 명문장
“그는 영웅이었다. 우리들 중 그 누구보다도 강하고 똑똑하고, 무엇보다도 두려웠기 때문이다.”
집단이 만들어낸 왜곡된 ‘영웅’에 대한 자조적인 회상이 담긴 문장입니다.
“우리는 그가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에게 굴복했다. 그리고 점점 더 그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권력에 순응하는 인간의 나약함, 그리고 자기기만을 보여주는 문장입니다.
“나는 그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비로소 그를 인정하게 되었다.”
저항에서 순응으로 넘어가는 결정적인 순간의 자백이 담긴 문장입니다.
“시간은 침묵을 무너뜨리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끝내 모든 권력은 무너진다는 암시, 그리고 그것을 지켜본 이의 회한의 문장입니다.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줄거리
감독 : 박종원
개봉 : 1992년
출연 : 홍경인(한병태), 고현정, 장동건(카메오), 고태산(엄석대)
영화는 원작의 구조를 비교적 충실히 따르면서도 시각적 표현을 통해 ‘어린 시절의 권력’이라는 주제를 더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서울에서 시골 학교로 전학 온 한병태는 반장 엄석대가 학교 내에서 군림하는 모습을 보며 분노하게 되고 병태는 석대의 권위에 맞서보지만, 점차 주위 친구들의 외면과 왕따, 그리고 선생님의 무관심 속에서 혼자가 되어갑니다.
병태는 점점 굴복하고, 석대의 측근이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새로운 담임 선생님의 등장으로 상황은 반전되고, 석대의 독재는 끝을 맞이합니다. 성인이 된 병태는 과거를 회상하며, 그 시절의 침묵과 타협이 남긴 상처를 되새기게 됩니다.
영화 속 명대사
한병태(성인) : “나는 그 시절의 나를 부끄러워한다. 아니, 부끄러워한다는 것조차 이제는 사치로 느껴진다.”
지나간 침묵에 대한 후회, 그리고 씻을 수 없는 시간의 무게가 느껴지는 대사입니다.
엄석대 : “너희는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질서도, 단합도, 선생님께 칭찬받는 것도 다 나 때문이야.”
권력이 만든 독선, 그리고 그것에 길들여진 아이들을 보여주는 대사입니다.
새 담임 선생님 : “두려움 속의 질서는 진짜 질서가 아닙니다.”
새로운 바람, 건강한 정의, 그리고 깨달음의 시작을 알리는 대사입니다.
한병태(어린 시절) : “나는 결국... 그와 같아지고 말았다.”
아이의 목소리지만, 어른이 되어도 벗어나지 못하는 고백의 대사입니다.

소설과 영화의 주요 비교점
항목 | 소설 | 영화 |
서사 | 구조 회상 형식의 1인칭 시점 | 병태의 회상과 어린 시절 장면의 병행 서사 |
엄석대 묘사 | 주로 병태의 시선을 통해 상징적으로 그려짐 | 고태산 배우의 연기로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형상화됨 |
메시지 전달 | 언어와 상징 중심, 독자의 해석 요구 | 장면과 대사로 직접적인 전달 강화 |
감정표현 | 절제되고 냉소적인 병태의 시선 | 눈물, 분노, 침묵 등 배우들의 표정을 통해 감정 전달 |
시대 분위기 | 80년대 한국 사회의 정치적 메타포 | 영화는 70~80년대적 분위기를 더 명확히 시각화함 |
영화와 소설이 전하는 사회적 메시지
- 권력과 침묵의 구조
엄석대는 어린 시절 교실의 작은 권력자였지만, 그 모습은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었습니다.
영화와 소설은 모두가 알면서도 침묵하거나, 편승하거나, 외면했던 구조를 한 교실에서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 정의의 외로움과 타협의 유혹
병태의 고군분투는 정의로운 저항이었지만,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서 무너지게 됩니다.
영화와 소설은 우리 역시 현실 속에서 얼마나 쉽게 타협하며 사는지 성찰하게 합니다. - 어른이 된 후의 후회와 책임
이 작품은 단지 어린 시절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와 소설은 우리가 행해온 ‘선택’과 ‘침묵’을 성인이 된 지금,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단지 한 교실의 이야기, 한 아이의 싸움이 아닙니다.
소설과 영화는 지금 우리 사회와도 닮아 있습니다. 누가 엄석대이고, 누가 병태이며, 또 누가 침묵하는 학생들일까.
이 소설과 영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그때, 넌 어떤 사람이었니?”